[의학칼럼][100세시대 효자칼럼] 치매에서의 망상 (2018.12.16)

효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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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용태 의료법인 효자병원 진료과장


치매는 기억력 감소와 함께 다양한 인지기능장애를 수반하는 병입니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대부분의 환자에서 행동심리증상(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이라고 불리는 많은 신경심리적 증상이 관찰됩니다. 환자가 식사를 하고 돌아서서는 밥 안 먹었다고 밥을 달라고 보채면 그냥 주거나 잘 달래면 됩니다. 즉 인지기능 장애 자체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나 간병인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단지 인지기능장애 만으로는 저희 병원에 입원하지는 않습니다. 저희 병원에 입원까지 하려고 하는 경우는 치매 환자에서 동반되는 다양한 행동심리증상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망상입니다. 망상의 의학적 정의는 그 문화의 배경에 반하며 이성적으로 설득이 안 되거나 고쳐지지 않는 고정된 잘못된 믿음을 말합니다. 전통적으로 정신과의 영역에 속하는 증상이고 정신병원에나 가야 보는 드문 증상입니다. 그런데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치매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서 일반인에게서 조차 이런 망상이 아주 자주 주변에서 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사례1) 시누이 :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며느리가 돈을 훔쳐갔다고 하는데 거짓말이겠지요?
사례2) 아들 : 아버지는 요즘 문을 잠그고 숨어 있어요. 누군가 자기를 잡으러 온다고 생각해요.
사례3) 부인 : 남편이 항상 저를 감시해요, 제가 누군가와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해요
사례4) 딸 : 어머니 수발을 드는데 어머니는 평소 얌전하시다가 제가 돌아서면 혼자 말로 제는 내 딸이 아니야 해요. 저를 딸과 비슷한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사례5) 손자 : 할머니가 가끔 거울을 보면서 거울에 있는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가끔 대화도 하고 싸우기도 해요. 

이와 같이 수많은 사례가 있습니다. 

대부분 망상은 분노, 불안, 우울 등을 동반합니다. 이것을 외부 즉 환자보호자나 간병인에게 전가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보호자나 간병인은 죽을 맛이 됩니다. 필사적으로 설득을 하려고 하지요. 돈은 서랍에 잘 있다, 나는 장을 보러 나간 것이고 시간이나 환경상 도저히 바람 피울 수가 없다. 의심스러우면 같이 가자. 밖에 아무도 없다 아무도 해치지 않는다. 거울 속에 비치는 것은 본인의 모습이다. 등등… 그러나 잘 안됩니다. 왜냐하면 망상은 앞에 언급한데로 열심히 합리적으로 설득을 해도 설득이 되지 않는 증상이기 때문이지요. 결국 보호자들은 환자와 싸우거나 울면서 병원에 오게 됩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치매 환자에서 망상은 신경학적 결손에 의한 보상적 성격이 강합니다. 돈을 가졌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면 필사적으로 돈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래도 못 찾게 되면 자신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보이는 가족을 도둑으로 간주합니다. 부인을 찾는데 부인이 보이지 않으면 바람 피웠다고 생각합니다. 아는 얼굴 같은데 느낌이 낯설면 가면 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울을 보았는데 이해가 가지 않으면 나와 비슷한 사람이 그 거울 너머로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문제는 치매 환자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는 특정 인지기능장애와 더해서 적절한 정보를 주면 잘못된 판단을 조정하는 조정능력 역시 장애가 동반되기 때문에 합리적인 설득으로는 설득시킬 수 없지요. 잘못하면 그 망상을 더 크게 만들 수 있습니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외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 하는 것이 훨씬 정신적으로 편할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환자 상태에 따라서 병적상태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망상이 생기면 우선 합리적으로 설득을 해 보고 그 반응을 보아야 합니다. 망상이 심한 단계가 아니면 이것 만으로도 어느 정도 교정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경우 천천히 지속적으로 설득합니다(지지요법). 

하지만 이렇게 해결되지 않으면(대부분의 경우) 그 망상이 환자에게 어떤 의미와 영향을 주는지 잘 관찰해야 합니다. 심하지 않고 환자 스스로가 이로 인한 고통이 심하지 않으면 그냥 잘 맞추어 주면서 심리적 지지를 해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태조 왕건이라는 사극을 보면 궁예는 본인이 관심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부정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이 있으면 잔인하게 처리하지요. 왕건 역시 이를 피해 갈 수가 없습니다. 역모를 추궁하는 궁예에게 이를 반하기 보다는 시인하면서 그 상황을 벗어납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지요법을 궁예의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결국 궁예를 몰아내게 됩니다. 즉 망상에서 지지요법은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증상이 심하고 본인과 주변이 모두 힘들다면 망상에 대한 약을 써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약물은 치매를 동반한 노인에게는 상당한 부작용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즉 전문가의 세심한 진단과 처방 그리고 이에 대한 추후 관찰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치매 환자에서 다양한 종류의 망상을 보일 수가 있습니다. 일단 망상이 생기면 이를 강제로 설득하려고 하거나, 숨기거나, 부끄러워하거나, 스스로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초기부터 전문가의 평가나 치료가 필요합니다. 환자와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에게 최소한의 평화를 위해서 말입니다. 

곽용태 의료법인 효자병원 진료과장·신경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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