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용태 효자병원 진료부장 / 신경과
지금 전세계 사람들은 COVID-19라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COVID-19의 원인 질환인 코로나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는 호흡기나 소화기와 관련된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는 종종 호흡기나 소화기에만 국한되어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신경계 증상도 나타납니다.
어떻게 이 바이러스가 신경계 증상을 유발하는 지에 대한 다양한 병리 생태적인 설명(혹은 가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1. 이 바이러스가 다양한 방법으로 뇌신경계에 직접 침투한다. 2. 이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 몸에 전신적인 면역 반응으로 자가면역에 의해 뇌신경계에 염증이 일어난다. 3. 이 바이러스에 의해 혈액 응고 시스템의 변화에 의한 뇌경색, 출혈 및 저산소증에 의한 뇌손상 등 다양한 기전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기전에 의하여 다양한 뇌신경계가 손상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치매를 포함한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을 유발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상당기간 지속된 이 팬데믹에서 COVID-19 감염에서 나타나는 급성기, 아급성기 신경계 질환을 직접 보고 치료하고 있기 때문에 이 증상들에 대해서는 많이 알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COVID-19 코로나 바이러스가 치매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좀더 구체적으로는 가장 많은 치매인 퇴행성 치매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늘어날까요? 아니면 감소할까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많은 전문가들은 COVID-19에 의해 치매환자의 숫자가 감소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입니다. 왜 그럴까요? 아직도 이 병이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보건 전문가들은 COVID-19에 의해서 사망한 환자의 25-45%가 치매환자라고 보고합니다.
지금까지 보고된 모든 데이터를 종합하면 COVID-19로 중증 및 사망으로 이르게 하는 고위험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나이와 치매입니다. 그러니 고령의 치매 환자들이 가장 큰 희생자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COVID-19가 치매의 유병율을 낮춘다? 생각해보면 아이러니컬한 이야기입니다. 죽음의 칼에 의하여 이루어진 결과지요. 하지만 COVID-19 팬데믹이 지나가면 장기적으로 치매 발병 특히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퇴행성 치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 얄궂은 COVID-19에 감염된 후 완치된 사람들의 상당수에서 기묘한 증상이 한동안 지속되면서 나타납니다. 병이 완치가 되었다고 판정 받았는데 알 수 없는 피곤, 두통, 숨참, 후각장애, 미각장애, 근육약화, 머리가 멍해지거나 집중력 감소 혹은 기억력 장애 등이 나타납니다. 이를 만성 코비드(long COVID) 라고 합니다.
2020년 영국에서 보고한 바에 따르면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n-2 (SARS-CoV-2) 검사 양성인 사람의 21%에서 5주 이상, 10%에서는 12주 이상 위와 같은 증상 만성 코비드의 증상을 보였습니다. 문제는 이런 만성 코비드가 왜 생기며 이것이 계속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특히 젊은 사람이 아닌 고령이거나, 증상은 없으나 뇌에 치매 병변이 진행하는 무증상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경우에 말입니다.
이 팬데믹이 발생한지 많은 기간이 지나지 않은 현재 상태에서 장기적인 합병증으로서 치매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2가지 방법으로 이를 유추해 볼 수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미 여러 해 전에 발생했던 COVID-19 와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인 SARS-CoV (SARS) 와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에 이환 됐던 환자의 장기 추적 결과를 확인함으로써 같은 계통인 이 바이러스의 영향을 예상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현재 COVID-19 환자에서 치매환자와 밀접하게 연관된 다양한 신경계의 생체지표(biological markers)를 확인하고 시간에 따라 이것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확인하여 퇴행성 치매와의 관계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먼저, 과거에 발생했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환자의 추적 결과를 봅시다. 2020년 Lancet 에는 2002년 SARS와 2012년 MERS에 걸렸던 환자의 급성기와 회복기 이후의 증상에 대한 광범위 메타분석 연구 결과가 게재되었습니다. 이들 질환의 급성기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 신경정신계 증상은 섬망이며, 회복기나 만성기에는 우울, 불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피로감이 많았습니다. 이보다는 적지만 5명 중 1명에서는 지속적인 기억력 장애를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병에 노출된 사람들이 특정 종류의 치매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다만 1918년 대규모 팬데믹을 일으켰던 인플루엔자의 급성기 감염에 걸렸다가 생존한 사람들의 다수에서 인지기능의 감소, 정신병, 파킨슨병이 보고된 것을 보면 좀더 오랜 기간 추적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뇌손상을 반영할 수 있는 신경계의 생체지표의 변화를 살펴봅시다. 최근 이에 대한 매우 중요한 논문들이 발표되었습니다. Kanberg 등은 COVID-19 확진자 100명의 혈액에서 NfL (Neurofilament Light-chain, 신경미세섬유 경 연쇄), GFAp (Glial Fibrillary Acidic protein, 교세포 섬유질 산성 단백질), GDF 15 (Growth Differentiation Factor 15, 성장분화인자15)를 측정하고 이들을 평균 6개월 동안 추적했습니다. NfL은 축색돌기(axon) 내부 단백질로서 신경계 손상을 반영하고, GFAp는 신경아교세포(astroglial cell)의 주요 단백질로 신경아교세포의 활성화나 손상을 반영하며, GDF 15 는 암, 심부전, 만성폐쇄성 폐질환 등에서 보이는 악액질(cachexia)과 연관된 병의 진행 정도를 보여주는 생체지표입니다.
경증의 COVID-19 환자에서는 정상 대조군에 비하여 이 수치의 차이가 없지만, 중고도의 COVID-19 환자에서는 NfL과 GFAp 가 모두 대조군에 비하여 유의하게 증가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고도 COVID-19 환자도 6개월 후에는 NfL과 GFAp 모두 정상으로 돌아와 정상대조군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신경계 손상을 반영하는 생체지표가 정상으로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50명의 환자에서 지속적인 신경학적인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이는 지속적인 신경학적인 증상이 뇌손상을 반영하는 생체지표와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더 확대해서 해석하면 뇌손상이 어느 순간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은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연구에는 제한점이 있습니다. 이들이 측정한 생체지표는 일반적인 뇌손상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알츠하이머병에 특이적인 Aβ40, Aβ42, total tau나 p-tau181을 측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 지표를 검사한 연구가 최근에 발표됐습니다.
Wisniewski 등은 고도 COVID-19로 치료 받고 퇴원한 310명의 환자에서 이들 생체지표를 측정했습니다. 310명의 환자 가운데 158 명은 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신경코비드(neuro-COVID) 환자였는데 신경학적 증상이 없는 환자에 비하여 total tau와 p-tau181가 1.5배, total tau/Aβ42가 6배 증가돼 있었습니다. 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환자와 없는 환자에서 알츠하이머병 생체지표가 차이가 나는 것을 어떻게 해석을 할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이 COVID-19 감염 후 생기는 머리의 혼탁 및 여러 종류의 신경학적 손상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이 질환이 장기적으로 치매를 극적으로 증가시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지요. COVID-19가 치매 발병의 위험을 높일 수 있을까요?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는 상당히 혼란스럽습니다. 일단 COVID-19 사촌격인 SARS와 MERS 질환은 장기적인 추적에도 특정 치매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단정짓기 어렵습니다. 물론 아직도 좀더 추적해야 확실하겠지만 말입니다.
COVID-19의 신경 손상 생체지표를 이용한 연구에서 중고도의 환자에서는 확실히 초기에는 이 병이 뇌신경계에 어떤 원인에 의해서든 뇌손상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들 생체지표는 6개월 정도 지나면 정상화됩니다. 문제는 생체지표가 정상이 되어도 증상이 지속되는 환자가 상당히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만성코비드를 유발할까요? 이 연구만 보면 바이러스의 직접적인 침투나 뇌신경의 지속적인 손상이라기보다는 초기에 생긴 뇌손상이 뇌의 기능적 네트워크에 지속적인 장애를 일으키지 않을까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치매 특이 생체지표를 이용한 Wisniewski 등의 연구에서는 이 지표들이 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환자에서 유의하게 차이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이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치매 환자의 병태 생리와 연관성이 있고, 따라서 향후에 치매 발생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에는 중요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코호트 연구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추적 연구가 아닌 단면 연구이기 때문에 원인과 결과를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치매환자(혹은 잠재적인 치매 환자)는 COVID-19의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이들이 이 병에 걸리면 좀더 쉽게 중환자가 되고 신경코비드 환자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생체지표가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직도 이들 관계를 확정하는 것은 조심스럽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강조할 것이 있습니다. 중환자실 후 증후군(post intensive care unit syndrome)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어떤 병이든지 중환자실이라는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오는 사람들의 상당수에서 퇴원 후 다양하고 이상한 증상이 생긴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고령의 환자의 경우 치매가 많게는 75%까지도 나타난다고 보고 되었습니다. 아주 다양한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COVID-19 환자가 중환자실에 들어간 순간 이 환자가 이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살아서 돌아오는 것만 생각하지만 사실 이들이 이 병을 극복하고 돌아와서도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중환자실 환경이나 치료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환자가 코로나에서 도망가서 은신하고 치료 받는 곳 역시 향후 나를 쫓아다닐 수 있는 심한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는 곳입니다.
자 그러면 결론을 내릴까요? COVID-19는 매우 다양한 신경계 증상을 보이고 이 증상들 중 일부는 만성코비드라는 이름으로 지속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종국적으로 치매 발생을 증가시킬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생체지표를 통해서 볼 때, 중고도의 COVID-19 환자에서는 전반적인 뇌 손상을 주기는 하지만 이것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다만 일부 연구에서 특정 치매의 병태 생리를 반영하는 생체지표가 유의한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이 연구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치매 발병의 위험성이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것은 그냥 중환자실에 입원하였다는 것만으로도 생길 수 있는 엄청난 위험성(특히 고령의 환자에서는)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즉 중고도의 치매 환자를 치료 할 때 중환자실 후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한 수칙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집중치료로 말을 못하는 환자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치료 과정 중에 따듯한 말 한마디가 어떤 치료보다 이들이 향후 치매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수가 있습니다.
참고 문헌
1. "The prevalence of long COVID symptoms and COVID-19 complications". Office of National Statistics UK. December 2020.
2. Psychiatric and neuropsychiatric presentations associated with severe coronavirus infection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with comparison to the COVID-19 pandemic. Rogers JP, Chesney E, Oliver D, Pollak TA, McGuire P, Fusar-Poli P, Zandi MS, Lewis G, David AS. Lancet Psychiatry. 2020 Jul;7(7):611-627
3. Neurochemical signs of astrocytic and neuronal injury in acute COVID-19 normalizes during long-term follow-up. Kanberg N, Simrén J, Edén A, Andersson LM, Nilsson S, Ashton NJ, Sundvall PD, Nellgård B, Blennow K, Zetterberg H, Gisslén M. EBioMedicine. 2021 Aug;70:103512
4. 코로나 치매를 말하다. 양현덕, 곽용태, 조재민, 최봉영. 디멘시아북스. 2020
저작권자 : © 디멘시아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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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효자병원 진료부장 / 신경과
지금 전세계 사람들은 COVID-19라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COVID-19의 원인 질환인 코로나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는 호흡기나 소화기와 관련된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는 종종 호흡기나 소화기에만 국한되어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신경계 증상도 나타납니다.
어떻게 이 바이러스가 신경계 증상을 유발하는 지에 대한 다양한 병리 생태적인 설명(혹은 가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1. 이 바이러스가 다양한 방법으로 뇌신경계에 직접 침투한다. 2. 이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 몸에 전신적인 면역 반응으로 자가면역에 의해 뇌신경계에 염증이 일어난다. 3. 이 바이러스에 의해 혈액 응고 시스템의 변화에 의한 뇌경색, 출혈 및 저산소증에 의한 뇌손상 등 다양한 기전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기전에 의하여 다양한 뇌신경계가 손상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치매를 포함한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을 유발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상당기간 지속된 이 팬데믹에서 COVID-19 감염에서 나타나는 급성기, 아급성기 신경계 질환을 직접 보고 치료하고 있기 때문에 이 증상들에 대해서는 많이 알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COVID-19 코로나 바이러스가 치매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좀더 구체적으로는 가장 많은 치매인 퇴행성 치매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늘어날까요? 아니면 감소할까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많은 전문가들은 COVID-19에 의해 치매환자의 숫자가 감소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입니다. 왜 그럴까요? 아직도 이 병이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보건 전문가들은 COVID-19에 의해서 사망한 환자의 25-45%가 치매환자라고 보고합니다.
지금까지 보고된 모든 데이터를 종합하면 COVID-19로 중증 및 사망으로 이르게 하는 고위험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나이와 치매입니다. 그러니 고령의 치매 환자들이 가장 큰 희생자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COVID-19가 치매의 유병율을 낮춘다? 생각해보면 아이러니컬한 이야기입니다. 죽음의 칼에 의하여 이루어진 결과지요. 하지만 COVID-19 팬데믹이 지나가면 장기적으로 치매 발병 특히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퇴행성 치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 얄궂은 COVID-19에 감염된 후 완치된 사람들의 상당수에서 기묘한 증상이 한동안 지속되면서 나타납니다. 병이 완치가 되었다고 판정 받았는데 알 수 없는 피곤, 두통, 숨참, 후각장애, 미각장애, 근육약화, 머리가 멍해지거나 집중력 감소 혹은 기억력 장애 등이 나타납니다. 이를 만성 코비드(long COVID) 라고 합니다.
2020년 영국에서 보고한 바에 따르면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n-2 (SARS-CoV-2) 검사 양성인 사람의 21%에서 5주 이상, 10%에서는 12주 이상 위와 같은 증상 만성 코비드의 증상을 보였습니다. 문제는 이런 만성 코비드가 왜 생기며 이것이 계속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특히 젊은 사람이 아닌 고령이거나, 증상은 없으나 뇌에 치매 병변이 진행하는 무증상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경우에 말입니다.
이 팬데믹이 발생한지 많은 기간이 지나지 않은 현재 상태에서 장기적인 합병증으로서 치매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2가지 방법으로 이를 유추해 볼 수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미 여러 해 전에 발생했던 COVID-19 와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인 SARS-CoV (SARS) 와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에 이환 됐던 환자의 장기 추적 결과를 확인함으로써 같은 계통인 이 바이러스의 영향을 예상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현재 COVID-19 환자에서 치매환자와 밀접하게 연관된 다양한 신경계의 생체지표(biological markers)를 확인하고 시간에 따라 이것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확인하여 퇴행성 치매와의 관계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먼저, 과거에 발생했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환자의 추적 결과를 봅시다. 2020년 Lancet 에는 2002년 SARS와 2012년 MERS에 걸렸던 환자의 급성기와 회복기 이후의 증상에 대한 광범위 메타분석 연구 결과가 게재되었습니다. 이들 질환의 급성기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 신경정신계 증상은 섬망이며, 회복기나 만성기에는 우울, 불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피로감이 많았습니다. 이보다는 적지만 5명 중 1명에서는 지속적인 기억력 장애를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병에 노출된 사람들이 특정 종류의 치매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다만 1918년 대규모 팬데믹을 일으켰던 인플루엔자의 급성기 감염에 걸렸다가 생존한 사람들의 다수에서 인지기능의 감소, 정신병, 파킨슨병이 보고된 것을 보면 좀더 오랜 기간 추적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뇌손상을 반영할 수 있는 신경계의 생체지표의 변화를 살펴봅시다. 최근 이에 대한 매우 중요한 논문들이 발표되었습니다. Kanberg 등은 COVID-19 확진자 100명의 혈액에서 NfL (Neurofilament Light-chain, 신경미세섬유 경 연쇄), GFAp (Glial Fibrillary Acidic protein, 교세포 섬유질 산성 단백질), GDF 15 (Growth Differentiation Factor 15, 성장분화인자15)를 측정하고 이들을 평균 6개월 동안 추적했습니다. NfL은 축색돌기(axon) 내부 단백질로서 신경계 손상을 반영하고, GFAp는 신경아교세포(astroglial cell)의 주요 단백질로 신경아교세포의 활성화나 손상을 반영하며, GDF 15 는 암, 심부전, 만성폐쇄성 폐질환 등에서 보이는 악액질(cachexia)과 연관된 병의 진행 정도를 보여주는 생체지표입니다.
경증의 COVID-19 환자에서는 정상 대조군에 비하여 이 수치의 차이가 없지만, 중고도의 COVID-19 환자에서는 NfL과 GFAp 가 모두 대조군에 비하여 유의하게 증가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고도 COVID-19 환자도 6개월 후에는 NfL과 GFAp 모두 정상으로 돌아와 정상대조군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신경계 손상을 반영하는 생체지표가 정상으로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50명의 환자에서 지속적인 신경학적인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이는 지속적인 신경학적인 증상이 뇌손상을 반영하는 생체지표와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더 확대해서 해석하면 뇌손상이 어느 순간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은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연구에는 제한점이 있습니다. 이들이 측정한 생체지표는 일반적인 뇌손상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알츠하이머병에 특이적인 Aβ40, Aβ42, total tau나 p-tau181을 측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 지표를 검사한 연구가 최근에 발표됐습니다.
Wisniewski 등은 고도 COVID-19로 치료 받고 퇴원한 310명의 환자에서 이들 생체지표를 측정했습니다. 310명의 환자 가운데 158 명은 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신경코비드(neuro-COVID) 환자였는데 신경학적 증상이 없는 환자에 비하여 total tau와 p-tau181가 1.5배, total tau/Aβ42가 6배 증가돼 있었습니다. 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환자와 없는 환자에서 알츠하이머병 생체지표가 차이가 나는 것을 어떻게 해석을 할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이 COVID-19 감염 후 생기는 머리의 혼탁 및 여러 종류의 신경학적 손상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이 질환이 장기적으로 치매를 극적으로 증가시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지요. COVID-19가 치매 발병의 위험을 높일 수 있을까요?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는 상당히 혼란스럽습니다. 일단 COVID-19 사촌격인 SARS와 MERS 질환은 장기적인 추적에도 특정 치매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단정짓기 어렵습니다. 물론 아직도 좀더 추적해야 확실하겠지만 말입니다.
COVID-19의 신경 손상 생체지표를 이용한 연구에서 중고도의 환자에서는 확실히 초기에는 이 병이 뇌신경계에 어떤 원인에 의해서든 뇌손상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들 생체지표는 6개월 정도 지나면 정상화됩니다. 문제는 생체지표가 정상이 되어도 증상이 지속되는 환자가 상당히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만성코비드를 유발할까요? 이 연구만 보면 바이러스의 직접적인 침투나 뇌신경의 지속적인 손상이라기보다는 초기에 생긴 뇌손상이 뇌의 기능적 네트워크에 지속적인 장애를 일으키지 않을까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치매 특이 생체지표를 이용한 Wisniewski 등의 연구에서는 이 지표들이 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환자에서 유의하게 차이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이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치매 환자의 병태 생리와 연관성이 있고, 따라서 향후에 치매 발생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에는 중요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코호트 연구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추적 연구가 아닌 단면 연구이기 때문에 원인과 결과를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치매환자(혹은 잠재적인 치매 환자)는 COVID-19의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이들이 이 병에 걸리면 좀더 쉽게 중환자가 되고 신경코비드 환자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생체지표가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직도 이들 관계를 확정하는 것은 조심스럽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강조할 것이 있습니다. 중환자실 후 증후군(post intensive care unit syndrome)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어떤 병이든지 중환자실이라는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오는 사람들의 상당수에서 퇴원 후 다양하고 이상한 증상이 생긴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고령의 환자의 경우 치매가 많게는 75%까지도 나타난다고 보고 되었습니다. 아주 다양한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COVID-19 환자가 중환자실에 들어간 순간 이 환자가 이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살아서 돌아오는 것만 생각하지만 사실 이들이 이 병을 극복하고 돌아와서도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중환자실 환경이나 치료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환자가 코로나에서 도망가서 은신하고 치료 받는 곳 역시 향후 나를 쫓아다닐 수 있는 심한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는 곳입니다.
자 그러면 결론을 내릴까요? COVID-19는 매우 다양한 신경계 증상을 보이고 이 증상들 중 일부는 만성코비드라는 이름으로 지속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종국적으로 치매 발생을 증가시킬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생체지표를 통해서 볼 때, 중고도의 COVID-19 환자에서는 전반적인 뇌 손상을 주기는 하지만 이것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다만 일부 연구에서 특정 치매의 병태 생리를 반영하는 생체지표가 유의한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이 연구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치매 발병의 위험성이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것은 그냥 중환자실에 입원하였다는 것만으로도 생길 수 있는 엄청난 위험성(특히 고령의 환자에서는)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즉 중고도의 치매 환자를 치료 할 때 중환자실 후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한 수칙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집중치료로 말을 못하는 환자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치료 과정 중에 따듯한 말 한마디가 어떤 치료보다 이들이 향후 치매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수가 있습니다.
참고 문헌
1. "The prevalence of long COVID symptoms and COVID-19 complications". Office of National Statistics UK. December 2020.
2. Psychiatric and neuropsychiatric presentations associated with severe coronavirus infection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with comparison to the COVID-19 pandemic. Rogers JP, Chesney E, Oliver D, Pollak TA, McGuire P, Fusar-Poli P, Zandi MS, Lewis G, David AS. Lancet Psychiatry. 2020 Jul;7(7):611-627
3. Neurochemical signs of astrocytic and neuronal injury in acute COVID-19 normalizes during long-term follow-up. Kanberg N, Simrén J, Edén A, Andersson LM, Nilsson S, Ashton NJ, Sundvall PD, Nellgård B, Blennow K, Zetterberg H, Gisslén M. EBioMedicine. 2021 Aug;70:103512
4. 코로나 치매를 말하다. 양현덕, 곽용태, 조재민, 최봉영. 디멘시아북스. 2020
저작권자 : © 디멘시아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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